브르타뉴의 추억

베슈렐을 두번째로 찾았을 때는 미니악-수-베슈렐을 잇는 트레킹 길을 걷기로 했다.

2013.7.31. 두 번째 베슈렐 방문날

베슈렐에는 성벽의 흔적이 남아 있다. 브르타뉴의 소도시에는 종종 허물어진 성벽을 만나곤 한다. 과거와 이어진 듯해서 느낌이 좋다.

멀리 노트르담 성당이 보인다. 다시 8월 파르동(Pardon)때 베슈렐에 왔을 때 이 성당 내부를 둘러보았다. 

낯선 꽃들, 그리고 독특한 집들이 내가 다른 땅을 걷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요즘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도시를 꾸미기 위해 꽃화분을 걸어놓곤 한다. 베슈렐도 마찬가지다. 

만약 이 꽃들이 없었다면 잿빛 거리가 좀더 쓸쓸하게 보였을 수도 있겠다 싶다. 

곧 허물어질 듯한 성벽 주위에도 걸어둔 꽃화분들로 알록달록 생기가 돈다. 

와인가게 앞인데, 분홍빛, 연보라빛, 푸른 보라빛의 미묘한 차이를 보이는 수국꽃이 방문객을 화사하게 맞아준다.

 가게 밖, 창 앞에도 여러 화분들을 놓아두었다. 이렇게 가게 앞에 화분을 놓아두는 모습이 마음에 든다. 

일본 도쿄를 들렀을 때도 가게앞, 집앞에 놓아둔 화분들이 건조한 도시동네에 자연빛을 돌려주는 것 같아 좋았었다.  

문과 한 세트로 붉은 화분들에 녹색빛을 띤 화초들. 

사람이 너무 없으니 허전하고 쓸쓸한 느낌마저 감돈다. 

레스토랑이 장사가 될까? 궁금했다. 

브르타뉴의 독특한 콜롱바쥬 건물. 푸른 창틀이 너무 잘 어울린다. 같은 색의 우체통도 깜찍하다. 

이 길을 따라 내려가면 빨래터가 나온다. 

오랜 세월이 느껴지는 벽들을 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멀리 푸른 벌판, 그리고 드문드문 자리잡은, 짙은 녹색들의 나무들이 눈을 시원하게 해준다.

아래에 La Couaille 빨래터가 보인다. (이 빨래터에 대해서는 앞서 포스팅을 했었다.)

빨래터 주위도 너무 한산하다. 꽃화분이 '어서 오라'고 마중해주지 않았다면 좀 으스스했을 수도 있겠다.

앗! 깜짝 놀랐다. 지난 번 5월에 들렀을 때 없던 것이 빨래터 물 속에 있다. 

사람 조각이다. 웬지 더 무서운 느낌마저 든다. 

너무 허전하다 생각해서 이 조각상을 물 속에 놓은 것일까? 차라리 없는 게 더 낫다 싶다. 

이제 천천히 미니악-수-베슈렐을 향한 트레킹 길로 들어선다.  나무가 우거져 있어 좁은 흙길이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는 통로같다. 

안내판이 나무에 붙어 있는데, 말들이 통행하는 길이라는 표시다. 

들판은 온통 누런 빛깔이다. 

친구가 앞장서서 뚜벅뚜벅 걸어간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길이다. 

뒤돌아보니 조금 높은 곳에 위치한 베슈렐의 작은 도시가 눈에 들어온다. 성당이 삐죽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도대체 이 트레킹 길로 걷는 사람이 있기나 할까? 

풀들이 어우러져 자라는 모습이 다소 야생적이다. 

바로 곁에는 옥수수밭이 펼쳐진다. 

길 안내판에 녹색이끼가 끼어 있어 비오는 날이거나 어둑한 저녁이었다면 좀 소름끼칠 것도 같다. 

이끼 사이로 살펴보니 미니악-수-베슈렐은 앞으로 800를 걸으면 나온다고 친절하게 안내해준다. 

다시 좁은 흙길을 파고 들어야 한다. 

뤼네르 성인(St. Lunaire)의 샘이다. 바로 이곳에서 나는 작은 새의 죽음을 지켜보았었다. 

이 이야기는 [죽음연습(동녁, 2016)]의 죽음연습 13, '죽어가는 새를 지켜본 날'에 썼었다. 

쇠로 된 격자문이 닫혀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샘은 더는 이용하지 않나 보다. 

안을 들여다 보니 뤼네르 성인 상으로 보이는 조각상이 놓여있다. 

뤼네르 성인은 이 교구가 모시는 두 번째 성인이다. 6세기 브르타뉴 주교였던 이 성인은 눈병을 치료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브르타뉴에는 프랑스 그 어느 지역보다 카톨릭 신자가 여전히 많은 지역이라고 하는데, 이들의 카톨릭은 이처럼 미신적인 요소가 가득하다.

질병을 낫기 위해 사고를 피하기 위해 브르타뉴 사람들은 하느님에게만 의지하지 않는다. 이처럼 성인들 찾아왔다.

아무튼 7월 첫 번째 일요일에 순례행진이 있을 때 이 샘을 들른다고 한다. 

샘터를 지나니 큰 집이 나타났다. 

접시꽃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집벽을 타고 오르는 덩굴 식물은 무엇일까?

바로 포도덩굴이었다. 창가의 화분들도 사랑스럽다. 

문 밖에 향기롭고 달콤한 냄새를 풍기는 덩굴재스민. 이탈리아에서 돌벽을 오르던 덩굴재스민에 반한 후에 한국에 돌아와서 집에서도 키워보았던 덩굴식물. 귀여운 흰 꽃이 피어 있다.  

성 베드로 성당. 이 교구의 첫번째 성인은 바로 베드로(Pierre) 성인이다. 

작고 깔끔한 이 성당 앞에는 작은 정원이 조성되어 있었다.  

천천히 성당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 문이 정문이다. 

그러고 보니 주위에 사람얼굴들이 보인다. 

정문의 아치틀에도 사람 얼굴들이 있다. 

왜 사람얼굴을 부조로 만들어두었을까? 신기하다.

문을 통해 성당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을 환영하는 얼굴일까?

이 문 위의 튀어나온 부분은 납골당이다. 

이 납골당과 관련한 이야기는 [죽음연습]의 죽음연습 20 '인골을 전시한 까닭'에 썼었다. 

아무튼 인골이 일상적 삶의 일부였던 사람들의 흔적으로 보면 되겠다.

성당벽을 위 아래로 훑어보며 오래된 돌에 눈길을 주었다. 

시간이 경과한 것에 대해서는 일종의 숙연함, 경건함, 무상함 등의 복잡한 감정이 생겨난다.

격자창에 시선이 간다.

아치모양의 격자창과 나무문이 멋져보인다.  

작지만 잘 관리된 아담한 성 베드로 성당. 주변에 사람이 없어 친구와 단 둘만이 이곳에 남겨진 기분이다.

성당 앞 정원에 앉아서 간단한 식사를 했다. 

아무 눈치도 보지 않고 편안한 식사를 할 수 있어 좋았다.

앞서 말이 통행할 수 있는 길을 표시하는 안내판을 보았지만... 정말 말을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악마 바위(Rochers aux Diables)를 찾아가다가 길을 잃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보니 멋진 집들이 많았다.

성같은 집도 있고...

집벽을 따라 수국이 멋지게 피어 있는 집도 있고...

미니악-수-베슈렐의 경계표지가 나왔다. 아무래도 길을 잃었다. 

다시 집중해서 제대로 찾아보기로 했다. 이곳에는 옥수수밭이 많다. 

마침내 도착한 악마바위. 악마바위는 바로 고대 선돌(Menhir)이다. 따라서 이곳은 신석기 시대의 유적지다. 

선 돌과 누운 돌, 크고 작은 바위들이 둘러싸고 있는 또 다른 선돌.   

이 돌들 주위에는 나무들이 보호하듯 둘러싸고 있다. 

나무들이 둘러싸고 있어 빛이 차단되어서인지 바위에는 이끼가 잔뜩 끼어 있다. 

이런 음산한 풍경 속에서 요정, 난장이, 거인 등과 같은 이야기들, 믿음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러한 민간신앙을 불신하는 기독교는 고대 선돌에게 악마라고 명명했다고. 

이곳에 가만히 있으면 으스스한 느낌이 나기도 해서 두려움이 악마를 소환할 듯한 분위기다. 

악마 바위를 떠나 다시 계속해서 걸었다. 

[어느 인문학자의 걷기예찬]을 쓴 아널드 홀테인이 찬사를 보낸 시골산책이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물론 그라면 혼자 걸었을테지만 난 둘이서 걷고 있다.

 

시골집들은 웬지 여유로와보인다. 

오래된 물확? 세월이 부드럽게 다듬어준 십자가가 사랑스럽다.

브르타뉴 시골에서는 소를 키우는 곳이 많아 소를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길을 걷고 있으니 소들이 우리를 가만히 지켜본다. 

 

우리를 신기하게 구경하는 모습이다. 소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소들아 반갑다. 덕분에 브르타뉴 치즈, 버터 맛나게 잘 먹고 있어.고마워.

그래도 너네들 죽은 몸은 먹지는 않았단다."

등나무 덩굴로 둘러싸인 집. 이 집 안에서 뭔가 신비로운 일이 벌어질 것만 같다. 덩굴 사이 열린 창으로 들여다 보고 싶네.

밭의 경계를 지르는 듯한 나무들. 햇살을 가리지 않도록 자르다 보니 저렇게 기이한 모습을 하게 된 걸까?

마치 살아서 성큼성큼 다가올 것만 같은 귀여운 숲의 정령같은 모습이다. 

나무들의 꼴이 웃기긴 하지만 가만히 보고 있으면 귀엽다. 

거대한 양치식물. 브르타뉴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식물인데, 이 식물을 보고 있으면 마치 공룡시대의 과거로 거슬러 간 듯한 기분이 든다. 

베슈렐로 돌아오는 길에 길을 잃고 헤매다가 겨우 베슈렐로 돌아올 수 있었다. 

켈트의 십자가?

베슈렐의 묘지를 들러보았다. 

도시의 묘지를 들러보는 것이 여행할 때마다 어떤 의식처럼 여겨진다. 

묘지 담장의 부조. 이 인물은 어찌 우주인처럼 생겼다. 

나무가 마치 베슈렐로 잘 찾아왔다는 환영인사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베슈렐의 성벽을 다시 보니 반갑다. 

성당의 뾰족지붕이 보인다. 성당은 프랑스 소도시의 이정표와 같다. 성당만 찾으면 방향찾기는 문제없다. 

성벽을 따라 천천히 계단을 올라간다. 

베슈렐이 주위보다 확실히 높은 지대에 위치하긴 했다. 

베슈렐 돌집들, 성당이 길을 안내한다. 

성당의 귀여운 로자스 창과 십자가가 보인다. 

야... 드디어 사람들이 보인다. 

사람들이 보이니 오히려 편안한 느낌이다. 

고독한 산책은 여기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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